범인은 하늘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진짜 무서웠던 건 소행성이 아니라, 하필 그 자리에 깔려 있던 암석이었습니다.
같은 크기의 소행성이 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졌다면 어땠을까요? 공룡은 살아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충돌 지점이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요?
1980년까지만 해도 공룡이 왜 사라졌는지는 추측의 영역이었습니다. 기후 변화설, 질병설, 심지어 알을 포유류가 먹어치웠다는 설까지 있었습니다. 결정적 전환은 예상 못 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지질학자 월터 앨버레즈와 그의 아버지인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는 이탈리아 구비오의 백악기–고제3기 경계 지층을 조사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경계층의 얇은 점토에 이리듐(Ir)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던 것입니다.
이리듐은 지구 지각에서 극히 드문 원소입니다. 무거워서 지구가 만들어질 때 대부분 핵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행성과 운석에는 상대적으로 풍부합니다.
결정적인 건 다음이었습니다. 같은 이리듐 이상이 덴마크에서도, 뉴질랜드에서도, 전 세계 경계층에서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국지적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었습니다.
이론은 나왔는데 충돌구가 없었습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멕시코 유카탄반도 지하에 묻혀 있던 지름 약 180 km의 구조가 주목받습니다. 사실 이 구조는 1970년대 석유 탐사 과정에서 중력·자기장 이상으로 이미 발견돼 있었지만, 그것이 충돌구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지질학과 석유 탐사가 서로 다른 세계에 있었던 것이죠.
칙술루브가 정설이 된 것은 이리듐 하나 때문이 아닙니다. 서로 독립적인 증거가 같은 답을 가리켰기 때문입니다.
051 페름기 대멸종에서 소행성설이 힘을 못 얻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쪽에는 이 증거들이 없습니다.
충돌 자체의 에너지는 상상을 넘습니다. 하지만 전 지구적 멸종을 만든 것은 충돌 지점의 암석이었습니다.
유카탄반도는 당시 얕은 바다였고, 바닥에는 두꺼운 탄산염암과 황산염이 풍부한 증발암이 쌓여 있었습니다. 소행성은 이 암석들을 순식간에 증발시켰습니다.
흔한 상상은 "불덩이에 타 죽었다"입니다. 충돌 직후의 열복사와 산불도 물론 엄청났지만, 그것은 지역적·단기적입니다.
전 지구의 생태계를 무너뜨린 것은 그 뒤에 온 어둠과 추위입니다. 살아남는 조건이 "튼튼한가"가 아니라 "적게 먹고 오래 버틸 수 있는가"가 된 겁니다. 그래서 몸집 작은 동물, 굴을 파는 동물, 물속 바닥에서 유기물 부스러기를 먹던 동물이 유리했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 지구 반대편 인도에서는 데칸 트랩(Deccan Traps)이라는 대규모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051에서 본 시베리아 트랩과 같은 종류의 사건입니다.
그래서 학계에는 여전히 논쟁이 있습니다.
지금은 충돌이 주된 방아쇠라는 데 큰 이견이 없지만, 데칸 화산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정설이 있다"와 "모든 게 끝났다"는 다른 말입니다.
약 75%의 종이 사라졌지만, 거꾸로 25%는 살아남았습니다. 누가 살아남았는지가 오히려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반면 비조류 공룡, 익룡, 어룡·수장룡, 암모나이트는 전부 사라졌습니다. 공통점이 보입니다. 몸집이 크거나, 먹이사슬 위쪽에 있거나, 특정 먹이에 의존했다는 것입니다.
| 과목·영역 | 이 레슨과의 연결 | 성취기준 |
|---|---|---|
| 중학교 과학 — 재해·재난 | 재해의 원인과 피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틀. 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재난 사례 | [9과22-01] |
| 통합과학2 — 생태계 평형 | 먹이 관계와 생태 피라미드. 생산자(광합성)가 멈추면 위쪽부터 무너지는 과정의 실증 | [10통과2-02-02] |
| 지구과학 — 지질시대와 화석 | 중생대와 신생대를 가르는 경계. 이리듐 이상·충격석영이라는 지질학적 증거 | [12지구02-02] |
| 행성우주과학 — 지구 위협 천체 | 지구 접근 천체 감시가 왜 필요한가. 6,600만 년 전에 실제로 벌어진 일이 근거다 | [12행우01-02] |
영상 준비 중입니다.
기획안 — 「석유 회사가 30년 먼저 찾아 놓고 몰랐던 충돌구」
① 1970년대 유카탄 중력 이상 자료 → ② 앨버레즈 부자의 이리듐 발견 →
③ 두 자료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
같은 크기의 소행성이 깊은 대양 한가운데나 화강암 대륙 내륙에 떨어졌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랐을까요? 2장의 다섯 단계 중 어느 단계가 약해졌을지 짚어 보세요.
살아남은 생물들의 공통점을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지금 지구에서 가장 멸종 위험이 큰 동물들의 특징과 비교해 보세요. 6,600만 년 전의 규칙이 지금도 적용될까요?
페름기 말(051)에는 소행성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백악기 말에는 정설이 됐습니다. 두 경우에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 비교에서 "과학적 증거"란 무엇인지 자기 말로 정의해 보세요.
이 글은 위 자료들을 확인해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특정 저작물의 문장을 옮기거나 요약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