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SON 051 / 101 고생대 · 페름기 말

페름기 대멸종— 해양 생물 81%가 사라진 6만 년

공룡을 없앤 사건보다 훨씬 컸던 멸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소행성이 범인이 아니었습니다.

2억 5,190만
년 전
페름기 말 경계
81%
해양 생물 종의
멸종 비율(추정)
약 6만 년
멸종이
진행된 기간
500만 년+
생태계 회복에
걸린 시간
Q.
오늘의 질문

바다에 살던 생물의 열에 여덟이 사라졌습니다. 그것도 지질학적으로는 눈 깜짝할 사이인 6만 년 만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없었는데, 도대체 무엇이 지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얼마나 사라졌나HOW MUCH WAS LOST

지구에는 다섯 번의 큰 멸종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공룡을 없앤 백악기 말 멸종이지만, 규모로는 페름기 말이 압도적입니다. 영어권에서 이 사건을 아예 "The Great Dying"이라고 따로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널리 인용되는 추정치는 해양 생물 종의 약 81%, 육상 척추동물 속(genus)의 약 70%입니다. 곤충이 대규모로 타격을 입은 유일한 멸종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에 완전히 사라진 대표적인 생물들을 보면 규모가 실감납니다.

숫자를 그대로 믿지 말 것

예전 교과서나 다큐멘터리에서는 "해양 생물의 90~96%가 멸종했다"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이 수치는 1980년대의 초기 추정에서 온 것으로, 지금은 다소 과대평가된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건 왜 숫자가 달라지느냐입니다. 우리는 사라진 생물을 직접 세어 본 적이 없습니다. 화석으로 남을 수 있는 생물, 즉 단단한 껍데기나 뼈를 가진 생물만 기록에 남습니다. 해파리나 벌레처럼 물렁한 몸을 가진 생물이 얼마나 죽었는지는 알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81%"는 측정값이 아니라 표본에서 추정한 값이고, 연구가 진행되면 또 바뀔 수 있습니다.

범인은 시베리아에 있었다THE SIBERIAN TRAPS

백악기 말 멸종에는 명확한 물증이 있습니다. 전 세계 지층에서 발견되는 이리듐 층, 그리고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칙술루브 충돌구입니다. 그런데 페름기 말에는 그런 충돌 흔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소행성 충돌설이 여러 번 제기됐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대신 시선이 모인 곳은 시베리아입니다. 러시아 중앙부에는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이라 불리는 거대한 현무암 지대가 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듯 터진 것이 아니라, 땅이 갈라지며 용암이 흘러넘친 흔적입니다.

규모가 상식을 벗어납니다. 분출된 용암은 수백만 km³로 추정되며, 덮인 면적은 지금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km²에 이릅니다. 한반도 전체를 수 km 두께로 덮고도 남는 양입니다. 그리고 이 분출의 연대는 페름기 말 멸종 시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용암보다 무서웠던 것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용암에 타 죽었겠네"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용암이 흐른 곳은 시베리아뿐이고, 멸종은 전 지구에서 일어났습니다. 진짜 무기는 용암이 아니라 그와 함께 뿜어져 나온 기체였습니다.

더 결정적인 사실이 있습니다. 시베리아 트랩의 마그마는 지표로 올라오면서 석탄층과 석회암·증발암 지층을 뚫고 지나갔습니다. 탄소가 가득한 지층을 마그마가 구워버린 셈입니다. 화산 자체가 내뿜은 이산화탄소에 지층에서 구워져 나온 이산화탄소와 메테인까지 더해졌습니다.

연쇄 반응 — 바다가 질식하기까지THE CASCADE

이 사건이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도미노처럼 이어진 연쇄이기 때문입니다.

  1. 이산화탄소 급증 — 화산 기체 + 석탄층이 구워지며 나온 탄소가 대기로 쏟아집니다. 지층의 탄소 동위원소비(δ13C)가 이 시기에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것이 유기물 기원 탄소가 대량 방출됐다는 화학적 지문입니다.
  2. 급격한 온난화 — 온실 효과로 지구 평균 기온이 크게 오릅니다. 연구에 따라 열대 해수면 온도가 40 ℃에 육박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적도 부근 바다는 대부분의 동물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3. 바닷물에 산소가 녹지 않음 — 여기가 핵심입니다. 물이 따뜻할수록 기체가 덜 녹습니다. 사이다를 상온에 두면 김이 빠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게다가 표층과 심층의 온도 차가 줄어 바닷물이 위아래로 섞이지 않게 되면서, 깊은 바다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습니다. 해양 무산소증(anoxia)입니다.
  4. 독성 물질의 축적 — 산소가 없는 바다에서는 황을 이용해 살아가는 세균이 번성하며 황화수소(H2S)가 쌓입니다. 산소 부족만으로도 치명적인데 독까지 더해진 셈입니다.
  5. 바다의 산성화 — 늘어난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pH를 떨어뜨립니다. 탄산칼슘 껍데기를 만드는 생물, 즉 산호와 조개류가 특히 큰 타격을 입습니다.
연결해서 생각하기

3번과 5번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과 메커니즘이 같습니다. 이산화탄소 증가 → 수온 상승 → 용존 산소 감소, 그리고 해양 산성화. 차이는 속도와 총량이지 원리가 아닙니다.

다만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페름기 말의 탄소 방출은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났고, 현재의 배출은 수백 년 규모입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지구가 이런 식으로 반응한 전례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참고 자료입니다.

살아남은 것들, 그리고 텅 빈 세계SURVIVORS

멸종 직후의 지구는 기묘한 풍경이었습니다. 초기 트라이아스기 육상 지층에서는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라는 단 한 종류의 동물 화석이 지역에 따라 발견되는 척추동물 화석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돼지만 한 덩치에 부리와 두 개의 엄니를 가진 초식 동물이었습니다.

왜 하필 이 녀석이었는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굴을 파고 살아서 지표의 극한 환경을 피했다는 설, 호흡 효율이 좋아 산소가 희박한 환경을 견뎠다는 설, 경쟁자가 모두 사라진 자리를 그냥 먼저 차지했을 뿐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회복에는 최소 500만 년이 걸렸습니다. 연구에 따라 1,000만 년을 말하기도 합니다. 공룡이 등장하는 것은 이 회복이 어느 정도 끝난 뒤의 일입니다. 페름기 말의 빈자리가 없었다면 공룡의 시대도 없었습니다.

교육과정 연계CURRICULUM

과목·영역이 레슨과의 연결성취기준
중학교 과학 — 생물다양성 생물다양성이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그 다양성이 한꺼번에 무너진 최대 규모의 사례 [9과02-03]
통합과학2 — 지질시대와 생물다양성 지질시대의 환경 변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친 영향. 이 성취기준의 탐구 활동이 곧 대멸종 분석이다 [10통과2-01-01]
통합과학2 — 지구온난화 메커니즘 온실기체 증가 → 기온 상승 → 해양 환경 변화의 인과 사슬. 3장의 연쇄 반응과 그대로 대응 [10통과2-02-03]
지구과학 — 지질시대와 화석 지질시대 경계를 정하는 기준. 표준화석의 소멸이 곧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이유 [12지구02-02]

심화 & 사고력 포인트GOING DEEPER

교과서를 넘어서는 지점

이 회차가 길러 주는 사고력

관련 영상VIDEO

생각해보기THINK ABOUT IT

Q1

페름기 말 멸종의 원인으로 소행성 충돌설이 제기됐지만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백악기 말에는 충돌설이 정설이 됐는데, 두 경우에 과학자들이 확인한 증거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증거가 없다"와 "증거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같은 말일까요?

Q2

바다에서는 81%가 사라졌지만 육지에서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했고, 변화도 더 천천히 일어났습니다. 같은 원인이 왜 바다와 육지에 다르게 작용했을까요? 3장의 연쇄 반응 중 어느 단계가 바다에만 특별히 치명적이었는지 짚어 보세요.

Q3

회복에 500만 년이 걸렸습니다. "멸종은 순식간, 회복은 아주 천천히"라는 이 비대칭은 왜 생길까요? 그리고 이 사실은 지금의 생물다양성 보전 논의에 어떤 의미를 줄까요?

정리 퀴즈QUIZ

참고 자료REFERENCES

이 글은 위 자료들을 확인해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특정 저작물의 문장을 옮기거나 요약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확인 후 수정하고 그 사실을 밝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