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은 아무 데나 생기지 않습니다. 지구 전체를 통틀어 화산이 생길 수 있는 자리는 딱 세 종류뿐입니다.
세계 화산 분포도를 펴 놓으면 화산은 지구에 고르게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몇 개의 선을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하와이는 그 선에서 3,000km 넘게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있습니다. 같은 화산인데 왜 자리가 이렇게 다를까요?
지구에는 지난 1만 년 안에 분화한 적 있는 화산이 약 1,350개 있습니다. 그중 500개 정도는 역사 기록이 남아 있는 시기에 실제로 터졌습니다.
이것들을 세계 지도에 찍어 보면 무작위가 아닙니다. 태평양을 빙 두르는 고리 하나, 대서양 한가운데를 세로로 가르는 선 하나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지진 분포도 거의 같은 자리에 겹칩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대규모 지진의 약 81%가 태평양을 두르는 그 고리에서 발생합니다. 화산이 있는 곳에 지진이 있고, 지진이 있는 곳에 화산이 있습니다.
20세기 중반 판구조론이 자리잡기 전까지 이 규칙에는 설명이 없었습니다. 분포는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왜 하필 그 선인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판 경계로 대부분이 설명됩니다. 그런데 하와이가 남습니다. 가장 가까운 판 경계에서 3,000km 넘게 떨어진, 태평양 판 한복판입니다. 미국 본토의 옐로스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예외가 세 번째 자리입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긴 산맥은 육지에 없습니다. 바다 밑에 있고, 길이가 약 6만 5천 km입니다. 지구를 한 바퀴 반 두르는 길이인데, 90% 이상이 깊은 바다에 잠겨 있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두 판이 서로 멀어집니다. 벌어진 틈을 아래쪽 맨틀이 밀고 올라옵니다.
보통 "녹는다"고 하면 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해령에서는 온도가 거의 그대로인 채로 녹습니다.
암석의 녹는점은 압력이 높을수록 함께 올라갑니다. 깊은 곳의 맨틀은 충분히 뜨겁지만 위에서 짓누르는 압력 때문에 고체로 버티고 있습니다. 그것이 위로 올라오면 짓누르는 힘이 줄고, 같은 온도에서도 녹기 시작합니다.
탄산음료 뚜껑을 열면 갑자기 기포가 올라오는 것과 같습니다. 온도를 올린 게 아니라 압력을 푼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그마는 규소가 적은 현무암질입니다. 묽고 잘 흐릅니다. 가스가 쉽게 빠져나가므로 터지지 않고 조용히 흘러나와 새 해양 지각이 됩니다.
부피로 따지면 지구에서 일어나는 화산 활동의 대부분이 여기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물속이라 아무도 보지 못합니다. 해령이 해수면 위로 솟아오른 드문 곳이 아이슬란드입니다.
태평양을 두르는 고리, 이른바 불의 고리입니다. 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안데스·알래스카가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무거운 해양판이 다른 판 아래로 내려갑니다. 이것을 섭입이라고 합니다.
섭입하는 판은 차갑습니다. 차가운 것이 들어가는데 그 위에서 화산이 터지는 것은 이상해 보입니다.
답은 물입니다.
겨울철 도로에 소금을 뿌리면 얼음이 녹습니다. 도로를 데운 것이 아니라 녹는점을 끌어내린 것입니다. 섭입대에서 물이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이 마그마는 위로 올라오면서 두꺼운 지각을 통과합니다. 그 과정에서 성분이 바뀌어 규소가 많아지고 끈적해집니다.
끈적한 마그마는 가스를 놓아주지 못합니다. 가스가 안에 갇힌 채 압력이 계속 쌓이다가 한계를 넘으면 폭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결론이 하나 나옵니다. 화산의 성격까지 위치가 결정합니다. 해령의 화산은 흘러내리고, 섭입대의 화산은 터집니다. 같은 "화산"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위험도도 지형도 전혀 다릅니다.
한반도는 판 경계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일본 같은 화산대·지진대가 없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백두산·울릉도·독도는 분명히 화산입니다. 판 내부 화산인 것입니다.
유력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태평양판이 동아시아 아래로 내려가다가 깊이 약 660km 부근에서 더 내려가지 못하고 수평으로 누워 정체하고, 그 위쪽 맨틀에서 상승류가 생겨 마그마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백두산의 946년 분화는 지난 2천 년을 통틀어 손에 꼽히는 규모였습니다. 다만 이 지역의 마그마가 정확히 어떤 구조에서 오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입니다.
하와이로 돌아옵니다. 판 경계가 아닌데 화산이 있습니다.
설명은 이렇습니다. 맨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좁고 뜨거운 상승류가 있고, 그 자리가 거의 고정되어 있습니다. 판은 그 위를 계속 지나갑니다.
그러면 판 위에는 화산이 하나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줄줄이 남습니다. 하와이 제도는 섬·환초·해산 132개가 약 2,400km에 걸쳐 늘어서 있고, 북서쪽으로 갈수록 오래됐습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종이를 올려놓고 아래에서 촛불을 대는 것과 같습니다. 촛불은 가만히 있는데 종이에는 그을린 자국이 줄로 남습니다.
섬들의 나이가 순서대로라면, 섬 사이의 거리를 나이 차로 나누면 판이 움직인 속도가 나옵니다. 지질학자가 판의 이동 속도를 재는 실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같은 방법을 옐로스톤에 적용하면, 북아메리카판이 최근 1,650만 년 동안 연평균 약 4.6cm 움직였다는 값이 나옵니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쯤 되는 이 느린 움직임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면 대륙을 옮깁니다.
하와이 남동쪽 바다 밑에서는 다음 섬이 될 화산이 이미 자라고 있습니다.
| 자리 | 판 경계 | 왜 녹나 | 마그마 | 분화 | 예 |
|---|---|---|---|---|---|
| 해령 | 발산 | 압력이 낮아져서 | 현무암질 · 묽음 | 조용히 흘러남 | 대서양 중앙 해령, 아이슬란드 |
| 섭입대 | 수렴 | 물이 녹는점을 낮춰서 | 안산암질~유문암질 · 끈적 | 폭발형 | 일본, 안데스, 인도네시아 |
| 열점 | 없음 (판 내부) |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물질이 올라와서 | 주로 현무암질 | 대체로 흘러남 | 하와이, 옐로스톤 |
이 표 한 장이 오늘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판구조론이 왜 강력한 이론인지를 보여줍니다. 화산의 위치, 마그마의 성분, 분화의 방식이 따로 노는 사실 세 개가 아니라 하나의 원인에서 함께 나옵니다.
좋은 이론은 사실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던 사실들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 과목·영역 | 이 레슨과의 연결 | 성취기준 |
|---|---|---|
| 중학교 과학 — 지권의 변화 | 지진·화산 분포를 판 경계와 관련지어 설명하기. 이 레슨이 다루는 내용 그 자체 | [9과09-05] |
| 통합과학1 — 시스템과 상호작용 | 지권의 변화를 판구조론 관점에서 해석. 화산 분포가 판 운동의 결과임을 읽어 내기 | [10통과1-03-02] |
| 지구과학 — 지구의 역사 | 변동대에서 마그마가 생성되는 조건과, 조성에 따라 화성암이 갈리는 과정 | [12지구02-03] |
| 지구시스템과학 — 지구시스템의 형성 | 맨틀 상부 운동(해령·섭입대)과 플룸에 의한 운동(열점)의 구분. 이 레슨의 핵심 골격 | [12지시01-03] |
영상 준비 중입니다
기획안 — 「화산이 생기는 자리는 세 곳뿐이다」
해령과 섭입대는 둘 다 판 경계인데 분화 방식이 정반대입니다. 한쪽은 흘러나오고 한쪽은 터집니다. 만약 화산의 위험도를 예측해야 한다면, 그 화산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 왜 결정적인 정보가 될까요?
하와이는 판구조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예외였습니다. 과학에서 예외를 만났을 때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 이론을 버리거나, 이론에 새 항목을 더하거나. 어떤 경우에 어느 쪽을 택해야 할까요? 하와이의 경우는 왜 후자였을까요?
하와이 제도의 섬들은 북서쪽으로 갈수록 오래됐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적어 보세요. 판의 이동 방향과 속도 말고도 더 있을까요?
이 글은 위 자료들을 확인해 직접 작성한 것입니다. 특정 저작물의 문장을 옮기거나 요약하지 않았습니다. 링크가 걸린 항목은 작성 시점에 접속을 확인한 자료입니다. 사실 관계에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